바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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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인의 소울푸드, 군평선이 구이

군평선이는 비늘이 강하고 뼈는 단단하며 억세고 날카로운 등지느러미가 톱날처럼 날카롭다. 몸에는 굵은 여섯 개 줄무늬가 선명하다. 황금빛을 띠어서 복을 불러오는 생선으로도 알려졌다.여수에서는 생김새가 예뻐 ‘꽃돔’ 또는 ‘금풍쉥이’ ‘금풍생이’ ‘금풍세이’ 등으로도 입에 오르내리며 귀하고 맛이 좋아 미운 남편은 주지 않고 샛서방(남편이 있는 여자가 남편 몰래 관계하는 남자)에게만 몰래 먹여서 ‘샛서방 고기’라고도 불린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사로 전남 여수에 부임 중 밥상 위 물고기를 먹고 맛있어서, 생선 이름을 물으니 아무도 몰랐다. 밥상을 올린 기생 ‘평선’의 이름을 따 ‘평선이’라 불렀고, 이후 구우면 더 맛이 좋다고 하여 '굽다'는 의미로 '군'이 붙어 ‘군평선이’란 이름을 얻게 됐..

맛/전라남도 2023.04.11

모과꽃처럼 살다 갔으면

모과꽃 - 도종환 -모과꽃처럼 살다 갔으면꽃은 피는데눈에 뜨일 듯 말 듯벌은 가끔 오는데향기 나는 듯 마는 듯빛깔로 드러내고자애쓰는 꽃이 아니라조금씩 지워지는 빛으로나무사이에 섞여서바람하고나 살아서있는 듯 없는 듯"모과꽃처럼 살다 갔으면"모과는 사람들을 네번 놀래킨다는 말이 있다. 꽃이 아름다운데 비하여 열매가 너무 못생겨서 한 번 놀라고, 못생긴 열매인데 비해 그 향기가 너무 좋아서 두 번 놀라고, 향기가 좋은 반면에 시고 떫은맛에 세 번 놀라고, 맛에 비해 다양한 효능과 쓰임새에 네 번 놀란다고 한다. 사람들을 네번 놀라게 한다는 모과의 꽃말은 '평범'이다. 도종환님은 '모과꽃' 이란 시에서 모과꽃은 눈에 뜨일 듯 말 듯 피고, 향기는 나는 듯 마는 듯 하며, 조금씩 지워지는 빛으로 녹색 나무사이에 ..

멋/충청북도 2023.04.10

벼락 맞은 팽나무

"벼락 맞은 팽나무"나주 목사내아 금학헌에는 오백년 세월동안 묵묵히 이곳을 지켜주는 벼략 맞은 땡나무가 있다. 1980년대 어느 날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지고, 천둥 번개가 내리치던 밤 목사내아 금학헌 팽나무는 벼락을 맞고 두 쪽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금학헌 팽나무는 뿌리 깊은 나무의 강한 생명력으로 기적처럼 살아나 여전히 목사내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주시민들은 영험한 금성산 기운을 받은 명당이자 천년동안의 나주목사 금학헌 기운이 팽나무를 다시 살린 것으로 믿고 있다."벚꽃 엔딩"

멋/전라남도 2023.04.08

봄 바다 진객의 선물, 실치국

"봄 바다 진객의 선물" 실처럼 가느다랗고 작은 실치는 흰베도라치의 새끼다. 서해안 충남 당진, 보령, 태안 등의 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며, 특히 당진 장고항이 실치로 유명하며 4, 5월경 실치 축제를 연다. 실치는 회, 국, 볶음, 실치포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3, 4월에 잡히는 연한 실치에 채소를 넣고 양념에 무친 실치회가 별미이다. 5월 초 왜목해변에 들렸다가 3, 4월의 연한 실치로 무친 실치회 대신 실치국을 주문한다. 뚝배기에 연갈색 된장을 풀고 진갈색 미역, 가느다란 몸집의 투명한 실치를 한 줌 넣어 끓여 내준다. 투명한 실치의 색이 하얗게 변하며 검은 눈알이 더욱 도드라진다. 실치국 한 술 떠먹어본다. 맑은 된장국이 구뜰하고 시원하다. 졸깃하고 쫀득하게 씹히는 미역과 살포시 부드럽게 씹..

맛/충청남도 2023.04.07

변치 않는 절개의 상징

"변치 않는 절개의 상징" 천연기념물 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는 조선 중종14년(1519년)에 조광조를 구명하던 태학관 유생 11명이 낙향하여 금사정(錦社亭)을 짓고 금강11인계를 조직하여 정치의 비정함을 한탄하며 추운 겨울에 붉은 꽃이 피었다가 통째로 떨어지는 모습이 변치 않는 절개를 연상시키는 동백나무를 심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나주 송죽리 금사정 동백나무는 숲을 제외하고 동백나무 단목으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최초의 사례이다. 나무의 높이는 6m, 뿌리 근처의 줄기둘레는 2.4m이다. 수관 폭은 동서 방향이 7.6m, 남북 방향이 6.4m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동백나무 가운데 가장 굵고 크며, 모양새도 반구형으로 아름답고 수세도 좋아 동백나무를 대표하는 가치가 있다. 수령은 약 500년..

멋/전라남도 2023.04.06

차나 한잔 드시고 가게

"차나 한잔 드시고 가게" 하동 녹향다원은 쌍계사 주차장과 버스터미널이 있는 쌍계1교 앞 전통찻집이다. 단층의 낡은 건물이다. 내부도 한 번에 10명도 앉지 못할 정도로 좁지만 투박하고 예스러운 다기와 그림, 글씨, 꽃등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법정스님의 '차나 한잔 드시고 가게' 글씨가 눈에 띈다. 법정스님 생전에 여사장님을 문암(文岩)이라 하셨다고 한다. 하동 대축마을 천연기념물 문암송(文岩松)을 닮아 그런 게 아닌가 말씀하신다. 여사장님이 수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대화를 나누고 정성 담아 차를 내준다. 차를 통해 주변 지역의 스님들, 지리산 산행객, 전국의 일반 손님들과 인연을 쌓으셨지만, 교류 후에 찾아오는 외롭고 힘듦을 묵묵히 이겨내시며 지리산 '팽주(烹主)'의 길을 걸어가시고 ..

맛/경상남도 2023.04.05

섬진강 대표 속풀이국

"섬진강 대표 속풀이국"2016년 첫 방문시 한다사섬진강재첩에서 재첩국과 시락국을 맛봤다. 하동 송림 답사 후 좋은 추억을 간직한 그곳을 다시 찿는다. 섬진강 맛을 알게 해준 주인 할머니의 손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랜만이지만 발걸음은 식당을 기억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주인 할머니께 인사 드리고 재첩국을 주문한다. 할머님이 반찬통에 담긴 밑반찬들을 접시에 조금씩 덜어 주신다. 주방 화구 위엔 뽀얀 재첩국과 갈빛을 띠는 시락국이 끓여지고 있다. 섬진강 대표 속풀이국이다. 재첩국은 섬진강에서 잡은 재첩을 넣어 푹 끓인 후 청양고추, 부추를 얹어 내준다. 작지만 통통하고 졸깃한 재첩이 푸짐하다. 한 술 크게 떠먹어 본다. 쌉싸래하고 아린 맛이 진하다. 시원한 국물에 청양고추의 칼칼한 매운맛이 변주..

맛/경상남도 2023.04.04

청주식 삼겹살은 오지다!

"청주식 삼겹살은 오지다!" 청주식 삼겹살은 특별히 지랑물 또는 지렁물이라 부르는 달인간장에 담가 굽거나 굵은소금을 뿌려 구웠다. 잡냄새를 잡고 육질도 촉촉하고 부드럽게 하는 비법으로 식당마다 전수되었다. 여기에 느끼함을 잡아주는 묵은김치나 파절이를 곁들여 먹었다. 이 셋이 합쳐지며 청주식 삼겹살 문화가 되었다. 청주식 삼겹살의 추억과 향수의 맛은 2012년 쇠락한 서문시장에 청주 서문시장삼겹살거리를 열었고, 2017년 처음으로 3월 3일부터 사흘 간 제1회 청주삼겹살축제도 개최하였다. 청주 삼겹살축제는 청주를 대표하는 먹거리 축제로 자리잡았다.  청주식 삼겹살은 소통의 음식으로, 삼겹살거리는 화합의 골목이 되었다. 청주식 삼겹살은 푸근하고 오지다!

맛/충청북도 2023.04.03

돼지국밥+선지+국수=게미지다!

"녹진한 선지와 국수의 하모니" 나주 진미옛날순대는 송월주공아파트 삼거리 부근에 있는 순댓집이다. 나주 남평읍에도 아들분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국밥 국물에 선지와 소면을 듬뿍 넣어 내주는 선지국수가 별미이다. 비가 비가 살짝 내리는 날 점심에 들려 선지국수를 주문한다. 선지국수를 담은 대접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따뜻함이 느껴진다. 대접속엔 맑은 기름이 뜬 하야말갛고 연한 육수, 새하얀 면, 연한 갈색의 돼지 내장과 고기, 검붉은 선지, 푸른 대파, 노란 깨를 뿌린 빨간 양념간장 등의 색감이 조화롭다. 눈맛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양념간장을 섞지 않고 뜨끈한 국물을 한 술 떠먹는다. 돼지 뼈와 내장, 고기, 돼지머리에서 우러난 육수의 은은한 감칠맛과 구수함이 입안을 감친다. 뒷맛은 깔끔하..

맛/전라남도 2023.04.02

조개의 왕과 노련한 손맛!

"조개의 왕과 노련한 손맛" 장흥 지원수산 여사장님이 키조개의 내장을 손질후 날개살, 꼭지 살을 분리하고 관자를 썰어 주신다. 손질된 키조개를 들고 영춘주점으로 데려다준다. 영춘주점은 지원수산 여사장님이 소개해준 곳으로 주인 할머니 연세가 90세에 가깝다. 예전엔 백반집도 운영하였지만 현재는 몸이 힘드셔서 간단한 반찬과 찌개에 술만 판매한다. 할머님이 지원수산 여사장님이 손질해온 키조개를 그릇에 담고 채소와 굵은 소금, 참기름, 깨 등을 넣어 볶아 주신다. 요리 한 개를 뚝딱뚝딱 만드신다. 주인 할머니 걸음은 느리시지만 칼질은 빠르시다. 연륜과 내공이 쌓인 할머니 손맛을 본다. 조개의 왕이라 불리는 키조개는 두 여자의 노련한 손맛으로 잉태되어 키조개볶음이란 이름으로 태어난다. 먼저 채소와 키조개에서 우러..

맛/전라남도 202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