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부근 역전시장 안엔 노부부가 운영하셨던 선짓국집이 있었다.천 원 선지국밥과 선지국수에 왕대포 한잔 할 수 있던 곳이었다.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선짓국 담으시던 주인 할아버지 뒷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때론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식당을 기억하곤 한다."행복은 비싸지 않다?" 검붉은 선짓국에 하얀 소면이 다소곳이 웅크린 선지국수에 빠알간 깍두기가 더해진다. 둘이 합해 천 원이다. 스테인리스 국그릇엔 뽀얀 국수보단 흐릿한 하얀빛 막걸리가 가득 담긴다. 왕대포 한잔이다. 천 원이다. 휘휘 저은 새끼손가락을 빨아먹은 후 엄지 손가락을 푹 담가 왕대포를 들이켠다. 세 개의 음식은 안주도 되고 밥도 되고 반찬도 된다. 이천 원에 혀와 뇌와 내장이 모두 기껍다. 행복은 비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