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네

맛/전라남도 8

뻘에서 자란 게미진 맛, 대갱이 무침

"먹을수록 자꾸 당기는 맛"순천 아랫장 구경을 하다가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가게에서 괴기스러운 머리를 가진 건어물을 만났다. 여쭤보니 대갱이라고 한다. 망치로 두드려 조금 연해지면 포를 뜯어 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맛나다고 한다. 잘 잡히지도 않아 귀하기도 하고 손질도 번거로워서 일반 식당에선 보기 힘들다고 한다. 두들겨 놓은 게 없어 사질 못했다가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았다. 마침 망치로 두들겨 놓은 게 있어서 20마리 만원에 샀다. 좌측 끈에 묶은 게 망치로 두드린 대갱이고 우측은 손질 전 꼬챙이에 끼운 건조 대갱이다. 거무튀튀하다. 개소겡이 표준어고 대갱이는 순천, 벌교 쪽 사투리다. 망둑엇과 생선이다. 머리 모양이 기괴하다. 에일리언의 괴생물이나 스타크래프트 저그 종족처럼 생긴 외형이다. 전자레인지..

맛/전라남도 2023.06.19

빨간 추억의 맛

우리식당은 보성 벌교시장 초입에 있었던 밥도 먹고 술도 먹을 수 있었던 초장집이었다. 현재는 폐업하여 운영하지 않는다. 시장분들과 현지 분들의 대폿집 겸 밥집 역할을 하던 곳으로 시장에서 구매한 식자재를 양에 따라 양념 비용만 받고 음식을 만들어 주던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참꼬막 만원어치(새꼬막 약간 서비스)사 가지고 갔다. 삶는 비용은 3천원이었다. 따로 주문한 백반도 3천원에 먹었다. 직접 담그셨다는 된장으로 끓인 우거지된장국과 멸치젓, 갓김치, 멸치볶음, 도라지무침, 콩나물, 무생채등 밑반찬들이 나오고 게장을 빼고 주셔서 홍시랑 같이 나중에 주셨다. 녹차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마셨다. 끓은 물에 시장에서 산 참꼬막을 넣고 입이 열리지 않게 거품이 날 때쯤 건져낸다. 빨간색 꼬막 까는 도구로 껍질을..

맛/전라남도 2023.05.05

여수인의 소울푸드, 군평선이 구이

군평선이는 비늘이 강하고 뼈는 단단하며 억세고 날카로운 등지느러미가 톱날처럼 날카롭다. 몸에는 굵은 여섯 개 줄무늬가 선명하다. 황금빛을 띠어서 복을 불러오는 생선으로도 알려졌다.여수에서는 생김새가 예뻐 ‘꽃돔’ 또는 ‘금풍쉥이’ ‘금풍생이’ ‘금풍세이’ 등으로도 입에 오르내리며 귀하고 맛이 좋아 미운 남편은 주지 않고 샛서방(남편이 있는 여자가 남편 몰래 관계하는 남자)에게만 몰래 먹여서 ‘샛서방 고기’라고도 불린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사로 전남 여수에 부임 중 밥상 위 물고기를 먹고 맛있어서, 생선 이름을 물으니 아무도 몰랐다. 밥상을 올린 기생 ‘평선’의 이름을 따 ‘평선이’라 불렀고, 이후 구우면 더 맛이 좋다고 하여 '굽다'는 의미로 '군'이 붙어 ‘군평선이’란 이름을 얻게 됐..

맛/전라남도 2023.04.11

돼지국밥+선지+국수=게미지다!

"녹진한 선지와 국수의 하모니" 나주 진미옛날순대는 송월주공아파트 삼거리 부근에 있는 순댓집이다. 나주 남평읍에도 아들분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국밥 국물에 선지와 소면을 듬뿍 넣어 내주는 선지국수가 별미이다. 비가 비가 살짝 내리는 날 점심에 들려 선지국수를 주문한다. 선지국수를 담은 대접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따뜻함이 느껴진다. 대접속엔 맑은 기름이 뜬 하야말갛고 연한 육수, 새하얀 면, 연한 갈색의 돼지 내장과 고기, 검붉은 선지, 푸른 대파, 노란 깨를 뿌린 빨간 양념간장 등의 색감이 조화롭다. 눈맛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양념간장을 섞지 않고 뜨끈한 국물을 한 술 떠먹는다. 돼지 뼈와 내장, 고기, 돼지머리에서 우러난 육수의 은은한 감칠맛과 구수함이 입안을 감친다. 뒷맛은 깔끔하..

맛/전라남도 2023.04.02

조개의 왕과 노련한 손맛!

"조개의 왕과 노련한 손맛" 장흥 지원수산 여사장님이 키조개의 내장을 손질후 날개살, 꼭지 살을 분리하고 관자를 썰어 주신다. 손질된 키조개를 들고 영춘주점으로 데려다준다. 영춘주점은 지원수산 여사장님이 소개해준 곳으로 주인 할머니 연세가 90세에 가깝다. 예전엔 백반집도 운영하였지만 현재는 몸이 힘드셔서 간단한 반찬과 찌개에 술만 판매한다. 할머님이 지원수산 여사장님이 손질해온 키조개를 그릇에 담고 채소와 굵은 소금, 참기름, 깨 등을 넣어 볶아 주신다. 요리 한 개를 뚝딱뚝딱 만드신다. 주인 할머니 걸음은 느리시지만 칼질은 빠르시다. 연륜과 내공이 쌓인 할머니 손맛을 본다. 조개의 왕이라 불리는 키조개는 두 여자의 노련한 손맛으로 잉태되어 키조개볶음이란 이름으로 태어난다. 먼저 채소와 키조개에서 우러..

맛/전라남도 2023.03.31

노련한 손맛은 게미지다!

"연탄불향 입은 노련한 손맛" 배진강은 강진 병영 오일시장 안에서 키 크고 곰살스러운 할머님이 운영하는 돼지 불고깃집이다. 장날에 상관없이 매일 문을 연다. 오일장날은 사람들이 붐벼 돼지불고기는 하지 않으며 백반만 판매한다. 점심땐 인근 직장 분들이 식사를 하고 한가한 시간엔 어르신들이 들려 밑반찬에 간단히 술 한잔 하시는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도 하는 곳이다. 화력 좋은 연탄불에 주인 할머님이 양념에 재워 숙성한 돼지불고기를 석쇠에 올려 굽는다. 타지 않게 번갈아 가시며 노련하게 굽는다. 노련한 손맛은 남도 게미진 맛의 시작이다. 돼지불고기를 주문하면 밑반찬이 먼저 깔린다. 토하젓, 멸치젓, 바지락 젓, 묵은 총각김치 등 수수한 시골의 맛들이다. 밑반찬 하나하나 간도 알맞은게 허투루 내는 찬이 없다. ..

맛/전라남도 2023.03.30

믿음과 게미진 맛의 흔적

"신뢰와 게미진 맛의 기록"목포 백반 노포 돌집의 거래장이다.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식사 비용과 날짜, 연락처, 이름 등을 적어둔 외상 장부일 거다. 식당 주인은 음식을 팔아 줘 고맙고, 손님은 돈을 나중에 받아주니 서로 고맙다. 신뢰와 믿음을 담은 치부책(置簿冊)이며, 게미지고 풍성하게 차린 백반을 먹은 후 흔적을 남기는 기록장이기도 하다.

맛/전라남도 2023.03.22

함께 할때 아는 맛!

"간판 없는 밥집" 해남읍 5일시장(1, 6일)이 서는 날, 아침 식사하러 들렸다. 원래 가려던 식당이 밥이 다 떨어져서 부근에 있는 간판 없는 밥집을 소개해주었다. 장날 시장 오신 어르신 두분과 합석하여 밥상을 받았다. 합석하신 분들과 밑반찬은 함께 먹지만 밥과 국은 개인마다 따로 내준다. 한식의 기본이자 백반의 주연인 밥과 국이다. 밥과 국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백반이다.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이긴 하지만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론 타지역에서 비슷한 경험이 많아 특별히 거부감을 가지진 않는다.  수수하지만 다양한 맛과 식감을 맛봤다. 음식은 함께 먹어야 맛나다는 걸 새삼 느꼈다.뜨내기 여행 객을 식구로 만들어준 서민의 밥상이다.

맛/전라남도 2023.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