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네

별미 3

햇살 담은 농밀한 가을 맛, 호박고지

호박고지는 호박을 얇게 썰어서 말린 것을 말한다. 호박오가리라고도 부른다. 호박을 반달 모양으로 썰어 소쿠리에 담아 따뜻한 가을 햇볕과 선선한 바람에 말린다. 한쪽을 완전히 말린 다음에 뒤집어 반대쪽도 말린다. 여름철 내내 식탁의 찬거리로 톡톡하게 제 몫을 한 호박이 호박고지로 변신한다. 갈무리한 호박고지는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한다. 제철 호박을 겨울철 반찬거리로 두고두고 먹으려는 어머니의 정성과 수고스러움이 담긴 먹거리다. 여름이 키우고 가을에 거둬 겨울을 준비한다. "햇살 담은 농밀한 가을 맛" 갈무리한 호박고지를 물에 불려 물기를 꼭 짠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집간장으로 살짝 간을 한 후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햇볕에 잘 건조된 호박고지가 부풀어 오른다. 색감도 푸릇하고 ..

맛/충청북도 2023.04.17

요술 아니 과학의 맛!

"겉과 속이 다른 맛" 청주 분식집에서 맛본 아이스크림 튀김이다. 붕어빵과 유사한 반죽 안에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다. 일반 튀김보다 높은 온도에서 튀긴다고 한다. 살짝 노릇하게 튀겨낸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 차가운 바닐라향의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다.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은 건 튀김옷이 만든 공기가 아이스크림을 지켜주는 요술을 부렸기 때문이다. 아니 아이스크림과 튀김옷 사이에서 열의 이동 현상을 막은 기체층이 만든 과학의 맛이다.  반대의 맛이 어우러져 별미 먹거리가 만들어졌다. 한입 베어 문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뜨거우면서도 시원하고,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겉과 속이 다른 맛이다.  맛은 요술이 아니고 과학이다.

맛/충청북도 2023.03.28

이유있는 꿀조합

"이유있는 꿀조합"광명식당은 영천 블루캐슬모텔 건너 대로변에 있는 중국집이다. 시아버지 청년 시절부터 개업하셔 50여년이 넘었다. 가스 불 대신 현재도 연탄불을 고집하신다.  간짜장을 주문하고 주위를 보니 현지분들이 주문한 음식 옆에 밥공기가 하나씩 보인다. 막걸리가 담겨 있는 잔술이다. 호기심에 따라 주문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즉석 간짜장을 한 젓가락 후루룩 먹고, 크고 깊은 고봉 속에 담긴 시원한 막걸리를 들이켠다. 검은 짜장면과 하얀 막걸리의 색감은 대조적이지만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단골분들이 먹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유있는 꿀조합이다.

맛/경상북도 202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