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네

맛/대구 2

대를 이은 놋쇠 잔술

남산동도루묵집은 대구 남산동에서 1961년 영업을 시작한 대폿집 노포다.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대물림되었다. 냉장된 불로막걸리를 묵직한 놋쇠잔에 맛볼 수 있다. 번철에 구운 도루묵구이가 시그니처 안주다. 잔술을 시키면 콩나물무침, 조기구이 기본찬을 먼저 내준다. 한잔하다 보면 번철에 구워낸 고소한 기름기를 머금은 부드럽고 담백한 도루묵구이와 찍어 먹는 소금이 나온다.  잔술은 밀가루로 만든 약간 텁텁하고 단맛 적은 하얀색 병 냉장 불로 막걸리를 넓고 깊은 묵직한 놋쇠 잔에 가득 담아준다. 한잔 들이킨다. 시원함은 입술, 입안을 휩쓸고 목구멍을 넘어 내장까지 치닫는다. 시원함을 삼킨 후 담백한 도루묵 속살을 소금에 찍어 먹는다. 입안이 흐뭇함으로 요동친다."대를 이은 놋쇠 잔술"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

맛/대구 2023.04.26

잊히는 추억의 맛, 늙은 호박전

"잊히는 추억의 맛"대구 진골목식당은 중앙로역 1번출구 진골목 미도다방 맞은편에 있던 40여 년 전통의 노포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2020년 폐업했다.  늙은 호박전은 긁어낸 늙은 호박의 속살을 갈아 부침가루와 소금을 섞어 반죽하고 채 썬 늙은 호박도 넣는다. 기름 적게 두른 팬에 둥글납작한 모양을 만들어 노릇하게 지진다. 하얀 접시에 황금색 꽃이 피었다.  호박전의 보들보들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겨울철 입맛을 돋구었다. 집간장에 썬 파를 넣은 짭짤한 양념간장에 찍어 막걸리 한잔도 들이켰다. 한 접시가 순식간에 비워졌다. 고택의 정취를 품은 늙음의 맛이었다. 늙음은 맛은 젊음의 맛을 아우르고 깊은 맛을 뿜어냈다.  이젠 기억속에서만 맛볼 수 있다. 잊히는 추억의 맛이 되었다.

맛/대구 2023.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