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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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은 놋쇠 잔술

남산동도루묵집은 대구 남산동에서 1961년 영업을 시작한 대폿집 노포다.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대물림되었다. 냉장된 불로막걸리를 묵직한 놋쇠잔에 맛볼 수 있다. 번철에 구운 도루묵구이가 시그니처 안주다. 잔술을 시키면 콩나물무침, 조기구이 기본찬을 먼저 내준다. 한잔하다 보면 번철에 구워낸 고소한 기름기를 머금은 부드럽고 담백한 도루묵구이와 찍어 먹는 소금이 나온다.  잔술은 밀가루로 만든 약간 텁텁하고 단맛 적은 하얀색 병 냉장 불로 막걸리를 넓고 깊은 묵직한 놋쇠 잔에 가득 담아준다. 한잔 들이킨다. 시원함은 입술, 입안을 휩쓸고 목구멍을 넘어 내장까지 치닫는다. 시원함을 삼킨 후 담백한 도루묵 속살을 소금에 찍어 먹는다. 입안이 흐뭇함으로 요동친다."대를 이은 놋쇠 잔술" 방짜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

맛/대구 2023.04.26

숨은 맛! 항정살 수육

"숨은 맛"청주 깔끔한 분위기의 요리주점에 들린다. 메뉴에 항정살 수육이 보여 호기심에 주문한다. 항정살은 돼지머리와 목을 연결하는 부위로 '돼지 따위의 목덜미 부분의 살'을 이르는 순우리말이다. 항정살은 돼지 한 마리당 생산량이 적은 특수부위로 풍미가 좋으며 주로 구이용으로 이용한다. 살코기 사이에 촘촘히 박혀 있는 근내지방이 천개나 된다고 하여 '천겹살'로도 불린다. 주로 구이로만 먹은 항정살을 수육으로 맛보긴 처음이다. 하얀 접시에 기름기를 뺀 갈색과 회백색이 섞인 항정살 수육을 길쭉하게 썰어 담고 울릉도산 명이나물, 마늘, 고추, 쌈장, 부추 무침 등을 주변에 담아 내준다. 고추냉이를 넣은 새콤한 초장도 함께 나온다.항정살 수육만 먼저 입에 넣는다. 부드러움과 졸깃함이 알맞다. 지방과 살맛이 조화..

맛/충청북도 2023.04.25

성게알+라면=오지다!

강릉 주문진 어민수산시장​을 늦은 시간에 지나가다 부부분이 성게를 손질하는 모습을 본다. 껍데기 위아래가 다소 넓고 가시가 짧아서 말똥처럼 보여 말똥성게라 부른다. 암컷은 황갈색이고 수컷은 황백색이다. 성게의 신선함과 손질하는 사람의 수고스러움이 눈에 보인다. 손질해서 포장 용기에 담은 성게를 산다. "성게알 품은 라면은 오지다!" 신선한 성게를 해결하기 위해 허름한 대폿집을 찾아 라면을 주문한다. 여사장님이 꼬들꼬들하게 면을 끓여 시금치 무침, 콩나물무침, 멸치볶음을 곁들여 내준다. 성게알라면은 성게를 손질한 이의 정성과 대폿집 여사장님의 솜씨가 더해진 합작품이다. 라면에 성게를 올려 먹는다. 꼬들꼬들한 면과 부드러운 성게의 진하고 달콤한 향기와 짠맛 덜한 쌉싸래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하다. 바다내..

맛/강원도 2023.04.22

눈물이 나면...

"눈물이 나면..." 순천 선암사 뒷간은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1920년 이전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6월 절집 해우소론 처음으로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전라남도 문화재자료다. 이후 2003년 1월 '영월 보덕사 해우소'도 강원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다. 선암사 뒷간은 해우소 역할뿐 아니라 고풍스러운 아름다움까지 겸비한 丁자형의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절집 화장실로 꼽힌다. 또한 유홍준 교수는 선암사 뒷간을 선암사 제1의 보물이라고 했다.  정호승 시인은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라고 했다. 선암사 뒷간 입구 오른쪽 벽에는 정호승 시인의 선암사 시가 빛바랜 종이에 쓰여 있다. ..

멋/전라남도 2023.04.20

젓가락을 잡아 끄는 맛!

"젓가락을 잡아끄는 맛"서울 원대구탕은 1979년 개업하여 대를 이어 운영중인 대구탕 전문집으로 삼각지역 로터리 주변 대구탕 골목의 원조 격으로 알려진 곳이다. 서울미래유산에도 선정되었다. 대구탕을 주문하면 나오는 대구아가미젓 깍두기가 별미이다. 대구아가미젓 깍두기는 대구 아가미를 소금물에 깨끗이 씻어 불순물을 제거 후 물기를 제거하고 굵은 소금에 절여 숙성한다. 삭힌 대구아가미젓에 깍뚝 썰기 한 무를 넣고 갖은양념에 버무린다. 대구 아가미의 발효의 감칠맛과 무의 시원한 단맛이 어우러진다. 깍두기와 식해의 경계를 드나드는 김치다.젓가락으로 집어 맛을 본다. 사각사각 씹히는 무는 달금하고 톡톡 쏘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독특한 발효 향의 대구아가미젓은 간간짭짤하며 잡맛이 나지 않는다. 꼬독꼬독, 살강살강..

맛/서울 2023.04.19

섬진강 봄맛은 흐드러진 벚꽃을 타고온다!

"벚꽃을 닮은 섬진강 봄맛"두산백과의 설명에 따르면 벚굴은 껍데기의 크기에 비해 속살이 야무지지 않아 ‘벙’이라는 접두사를 붙여 ‘벙굴’이라 불리거나 강에서 나는 굴이라 해서 ‘강굴’이라 불리기도 한다. 강바닥에 붙어있는 모양새가 벚꽃과 같기도 하고 벚꽃이 피는 시기에 가장 맛이 좋기도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하동 십리벚꽃길 벚꽃이 푼더분하게 피었다. 벚굴은 벚꽃이 피면 속살이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있다고 한다. 잠수부가 힘들게 채취한 귀한 섬진강 별미인 벚굴을 산지에서 맛봤다.  광양 망덕포구 지나는 길에 벚굴 채취 후 손질하시는 분들이 보여 찾았다. 양해를 구하고 벚굴 사진을 찍었다. 맛 좀 볼 수 있는지 여쭤보니 칼로 껍질을 벗기고 주셨다. 벚굴은 오래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으로 맛을 봤다. ..

맛/경상남도 2023.04.18

햇살 담은 농밀한 가을 맛, 호박고지

호박고지는 호박을 얇게 썰어서 말린 것을 말한다. 호박오가리라고도 부른다. 호박을 반달 모양으로 썰어 소쿠리에 담아 따뜻한 가을 햇볕과 선선한 바람에 말린다. 한쪽을 완전히 말린 다음에 뒤집어 반대쪽도 말린다. 여름철 내내 식탁의 찬거리로 톡톡하게 제 몫을 한 호박이 호박고지로 변신한다. 갈무리한 호박고지는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한다. 제철 호박을 겨울철 반찬거리로 두고두고 먹으려는 어머니의 정성과 수고스러움이 담긴 먹거리다. 여름이 키우고 가을에 거둬 겨울을 준비한다. "햇살 담은 농밀한 가을 맛" 갈무리한 호박고지를 물에 불려 물기를 꼭 짠다.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집간장으로 살짝 간을 한 후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햇볕에 잘 건조된 호박고지가 부풀어 오른다. 색감도 푸릇하고 ..

맛/충청북도 2023.04.17

전통을 잇는 상어고기 맛, 돔배기

돔배기란 "상어고기를 토막 내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고기"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다. 직사각형으로 '돔박돔박' 네모나게 썰어서 불렸다는 말도 있고, '돔발상어'에서 나왔다는 얘기도 있다. 영천, 대구, 경주, 안동, 예천, 영주, 의성, 군위, 봉화 등 주로 경북 지역 잔칫날이나 명절과 제사상에 올리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돔배기는 주로 산적이나 탕국으로 진설한다. 돔배기는 경북 영천시가 돔배기의 최대 생산지이자 소비지로 알려져 있으며 안동 간고등어, 포항 과메기와 더불어 경북 내륙 지방의 별미이자 소울푸드로 자리잡은 음식이다. 안동문어는 안동 신시장에 있는 수산물 가게다. 산 문어를 삶아 주기도 하고 제물용 생선 등을 쪄서 판매한다. 큼직하게 토막 낸 상어고기를 손질해 염장한 돔배기와 간고등어 등도 판매..

맛/경상북도 2023.04.16

절에서 돼지고기를 먹은 까닭은?

부여 대조사(大鳥寺)는 공주 마곡사(痲谷寺)의 말사(末寺)로서 부여군 남쪽의 임천면을 휘감고 있는 성흥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사찰로 백제 성왕 5년에 승려 겸익이 5년간에 걸쳐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적멸보궁 위에는 미래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보살을 형상화한 높이가 10m나 되는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있다. 보물이다."절에서 돼지고기를 먹은 까닭은?" 불유정이란 샘물로 갈증을 달래고 대조사 답사를 한다. 답사를 끝내니 허기가 찾아온다. 공양간을 찾는다. 식사 뒤처리하시는 스님 한 분이 계신다. 식사 공양 가능하진 여쭤본다. 밥이 남았으니 가능하다며 반찬통 옆 냄비에 끓인 찌개도 먹고 싶으면 담아 가라고 하신다. 절 일꾼분들 드리려고 따로 끓인 돼지고기 김치찌개다. 절밥은 육식을 금한다. 돼지고기..

맛/충청남도 2023.04.14

사람들이 즐거워 하니까!

서창집은 강경우체국 부근 옛 장터 골목에 남은 유일한 대폿집이다. 여사장님이 남편분 돌아 가시고 생계 유지로 시작하신 선술집으로 일본, 한국 단골분들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2016년 처음으로 찾았을때 여사장님(당시 66세)이 척추를 다쳐 10개월 동안 서울 병원서 치료 받으시다 따님과 여동생등 도움으로 강경 젓갈 축제 맞쳐 한시적으로 문을 여셨다. 축제에 맞춰 오랜만에 문 여시며 오래된 낡은 간판은 사라지고 새 간판을 달았다고 했다. 새 간판 뒤로 젓갈 축제를 알려주는 플래카드가 풍선에 매달려 있었다. 여사장님은 축제가 끝나면 두달 정도 더 치료 받고 완치 후 재 영업 한다고 하셨다. 1년 후 다시 찾았을땐 계셨다.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대폿집 내부는 주방과 내실, 드럼통 엎어 만든 둥근 탁자 한..

맛/충청남도 2023.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