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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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오죽헌 율곡매의 부활을 꿈꾸며!

"신사임당과 율곡의 숨결"강릉 오족헌 율곡매는 2017년부터 갑자기 수세가 약해지기 시작하여 2021년 사실상 고사판정을 받으며 천연기념물 해제 위기도 있었다.잔존수명을 늘려 가던 율곡매에 연분홍 꽃이 피웠다는 2022년 3월 29일 뉴스 기사를 보고 2022년 4월 6일 오죽헌을 찿았다.  연분홍 꽃들은 이미 다 져버렸다. 땅에 떨어진 꽃잎을 보다가 고개를 올려 자세히 살펴보니 어린 가지에도 한두개 정도의 꽃이 보였다. 죽은 굵은 가지에서 자란 잔가지에서 꽃을 피운 흔적과 연녹색 잎들이 600년 이상을 피고 진 노거수의 강인함과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하였다.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율곡매는 생육환경 개선과 뿌리치료 등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율곡매 인근 매화나무가 유전자 분석 결과 친..

멋/강원도 2023.03.17

이유있는 꿀조합

"이유있는 꿀조합"광명식당은 영천 블루캐슬모텔 건너 대로변에 있는 중국집이다. 시아버지 청년 시절부터 개업하셔 50여년이 넘었다. 가스 불 대신 현재도 연탄불을 고집하신다.  간짜장을 주문하고 주위를 보니 현지분들이 주문한 음식 옆에 밥공기가 하나씩 보인다. 막걸리가 담겨 있는 잔술이다. 호기심에 따라 주문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즉석 간짜장을 한 젓가락 후루룩 먹고, 크고 깊은 고봉 속에 담긴 시원한 막걸리를 들이켠다. 검은 짜장면과 하얀 막걸리의 색감은 대조적이지만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단골분들이 먹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유있는 꿀조합이다.

맛/경상북도 2023.03.13

우리나라 산수유 시목(始木)

"국내 최장수 산수유 시목(始木)"구례 산동면 계척마을 산수유 시목은 1,000여년전 중국 산동성에서 가져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심은 산수유 나무 시조로 알려져 있다.  달전마을의 할아버지 나무와 더불어 할머니 나무라고 불리워 지고 있으며 여기에서 구례군을 비롯한 전국에 산수유가 보급되었다고 한다. 산동면의 지명도 산수유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며 열매는 신장 계통에 특효가 있다. 전남 구례 계척마을 국내 최장수 산수유 시목(始木) 종자가 2020년 4월 6일 한국판 ‘씨앗 방주’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종자 영구저장시설 '시드볼트(Seed Vault)'에 영구 저장되 었다. 씨드 볼트는 '씨앗 금고'란 뜻이다. 국내 주요 식물 종 자를 보관하는 '씨앗 은행'이다.

멋/전라남도 2023.03.12

잊히는 추억의 맛, 늙은 호박전

"잊히는 추억의 맛"대구 진골목식당은 중앙로역 1번출구 진골목 미도다방 맞은편에 있던 40여 년 전통의 노포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2020년 폐업했다.  늙은 호박전은 긁어낸 늙은 호박의 속살을 갈아 부침가루와 소금을 섞어 반죽하고 채 썬 늙은 호박도 넣는다. 기름 적게 두른 팬에 둥글납작한 모양을 만들어 노릇하게 지진다. 하얀 접시에 황금색 꽃이 피었다.  호박전의 보들보들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겨울철 입맛을 돋구었다. 집간장에 썬 파를 넣은 짭짤한 양념간장에 찍어 막걸리 한잔도 들이켰다. 한 접시가 순식간에 비워졌다. 고택의 정취를 품은 늙음의 맛이었다. 늙음은 맛은 젊음의 맛을 아우르고 깊은 맛을 뿜어냈다.  이젠 기억속에서만 맛볼 수 있다. 잊히는 추억의 맛이 되었다.

맛/대구 2023.03.11

더 맛있어져라 뚝딱!

"더 맛있어져라 뚝딱! 더 맛있어져라 뚝딱! 음식을 만나게 해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다. 무 또는 감자를 손에 잡기 편하게 잘라 기름을 펴 바르는 용도로 사용하는 ‘기름 방망이’다. 기름이 넓고 얇게 골고루 발라지게도 하고 지저분한 거 닦아내는 데도 사용한다. 재래시장이나 연세 계신 할머님들이 운영하는 전집에서 종종볼 수 있다. 희한하게도 기름 방망이로 부친 전이 더 맛나게 느껴진다.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요술 방망이다. 기름 방망이로 부친 전은 적, 잭이란 사투리로 불린다. 강릉 사투리보존회 회장 조남환 님은 "기름 방망이를 들깻잎에 돌돌 말아 흰 실로 칭칭 감아서 사용하면 감재적이고, 솜이나 스펀지에 헝겊을 말아 사용하면 감자전이다."라고 표현하였다. 홍천 중앙시장 희망부침에서 홍총떡 기름칠하는데 사..

2023.03.08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 맛

본전집은 삼척 시내 한 모퉁이에서 50여 년 연탄불에 구운 생선구이에 막걸리 한잔할 수 있었던 대폿집이었다. 현재는 영업하지 않는다. 주인 할머님이 연탄불에 임연수 구워 주시던 모습은 추억 속에 남았다. 자리에 앉아 임연수어구이와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무생채를 내준다. 막걸리 안주론 모자람이 없는 기꺼운 안주다. 두어 잔 먹고 있으면 주인 할머님이 짭짤하게 간이 밴 임연수어를 껍질 부분이 탈 정도로 연탄불에 구워 내준다. 술술 막걸리가 넘어가게 만드는 요물이다. "본전 생각이 들지 않는 맛" 뼈만 남은 임연수어구이와 빈 막걸리 통은 맛깔남의 흔적이다.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 맛이다. 이젠 먹을 수 없지만 내장이 기억하는 무의식의 맛이 되었다. "할머니와 생선구이" 할머니와 생선구이, 삼척 본전집 삼..

맛/강원도 2023.03.07

함께 할때 아는 맛!

"간판 없는 밥집" 해남읍 5일시장(1, 6일)이 서는 날, 아침 식사하러 들렸다. 원래 가려던 식당이 밥이 다 떨어져서 부근에 있는 간판 없는 밥집을 소개해주었다. 장날 시장 오신 어르신 두분과 합석하여 밥상을 받았다. 합석하신 분들과 밑반찬은 함께 먹지만 밥과 국은 개인마다 따로 내준다. 한식의 기본이자 백반의 주연인 밥과 국이다. 밥과 국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백반이다.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이긴 하지만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론 타지역에서 비슷한 경험이 많아 특별히 거부감을 가지진 않는다.  수수하지만 다양한 맛과 식감을 맛봤다. 음식은 함께 먹어야 맛나다는 걸 새삼 느꼈다.뜨내기 여행 객을 식구로 만들어준 서민의 밥상이다.

맛/전라남도 2023.03.06

매화꽃이 피었나?

"홍매화가 보고 싶다!"한때 탐매 여행 한답시고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그러다 조계산 보리밥집 홍매화 자수를 본 후엔 천연기념물 매화나무를 빼곤 일부러 찾아 다니지 않게 되었다.  순천 선암사의 만개한 선암매 답사 후 송광사로 넘어가는 길에 허기와 땀을 식히러 들린 보리밥집.  물 가지러 갔다가 우연히 보리밥집 부엌 입구 문창에서 홍매화 자수를 만났다.  매화나무 가지에 핀 빨간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듯하였다. 선암사의 선암매가 고목의 기품있는 향기를 낸다면, 홍매화 자수는 산뜻하고 싱그러운 봄을 가득 머금고 수줍게 붉은 꽃망울을 틔우고 있었다. 몇년 후 다시 찾은 보리밥집 부엌의 홍매화 자수는 사라졌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꽃을 피웠나?

멋/전라남도 2023.03.03

행복은 비싸지 않다?

대전역 부근 역전시장 안엔 노부부가 운영하셨던 선짓국집이 있었다.천 원 선지국밥과 선지국수에 왕대포 한잔 할 수 있던 곳이었다.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선짓국 담으시던 주인 할아버지 뒷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때론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식당을 기억하곤 한다."행복은 비싸지 않다?" 검붉은 선짓국에 하얀 소면이 다소곳이 웅크린 선지국수에 빠알간 깍두기가 더해진다. 둘이 합해 천 원이다. 스테인리스 국그릇엔 뽀얀 국수보단 흐릿한 하얀빛 막걸리가 가득 담긴다. 왕대포 한잔이다. 천 원이다. 휘휘 저은 새끼손가락을 빨아먹은 후 엄지 손가락을 푹 담가 왕대포를 들이켠다. 세 개의 음식은 안주도 되고 밥도 되고 반찬도 된다. 이천 원에 혀와 뇌와 내장이 모두 기껍다. 행복은 비싸지 않다?

맛/대전 202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