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평선이는 비늘이 강하고 뼈는 단단하며 억세고 날카로운 등지느러미가 톱날처럼 날카롭다. 몸에는 굵은 여섯 개 줄무늬가 선명하다. 황금빛을 띠어서 복을 불러오는 생선으로도 알려졌다.
여수에서는 생김새가 예뻐 ‘꽃돔’ 또는 ‘금풍쉥이’ ‘금풍생이’ ‘금풍세이’ 등으로도 입에 오르내리며 귀하고 맛이 좋아 미운 남편은 주지 않고 샛서방(남편이 있는 여자가 남편 몰래 관계하는 남자)에게만 몰래 먹여서 ‘샛서방 고기’라고도 불린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사로 전남 여수에 부임 중 밥상 위 물고기를 먹고 맛있어서, 생선 이름을 물으니 아무도 몰랐다. 밥상을 올린 기생 ‘평선’의 이름을 따 ‘평선이’라 불렀고, 이후 구우면 더 맛이 좋다고 하여 '굽다'는 의미로 '군'이 붙어 ‘군평선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는 설화도 있다.
여수 교동시장 수산물 난전은 날이 저물면 포장마차들의 불빛들로 깜빡거린다. 여수 교동시장 포장마차촌은 상호가 따로 없고 번호가 상호를 대신한다. 줄지어 늘어선 포장마차 중 여수 가면 늘 찾는 7번 포차의 천막을 들추고 들어선다.
오랜만에 들렸는데 여사장님이 얼굴을 알아보신다. 여사장님과 안부 인사를 나누고 냉장 쇼케이스를 본다. 군평선이, 갈치, 볼락, 갑오징어, 참돔, 병어, 노랑가오리 등 선어들이 보인다. 이미 오기 전부터 마음속 주문은 결정되어서 망설임 없이 군평선이구이를 주문한다.
"여수인의 소울푸드, 군평선이 구이"
여사장님이 군평선이 선어를 칼집 내어 굵은 소금을 뿌린 후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자글자글 튀기듯 구워 양념간장과 함께 내준다. 회색빛을 띠던 군평선이 선어는 기름에 튀겨지며 황금빛으로 변한다. 활어로 다시 살아난 듯 보인다. 진도 수산물 가게서 본 활어 군평선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큰 빗 같은 억세고 날카로운 등지미러를 잡고 몸통 살을 베어 문다. 굵고 센 뼈가 있어 발라 먹기에 편하다. 껍질은 바싹하고 뽀얀 속살은 보드랍고 담박하게 씹힌다. 중간중간 씹히는 굵은 소금이 간도 맞추고 감칠맛도 더한다. 깨, 파 등을 넣은 양념간장에 하얀 살을 찍어 먹는다. 삼삼한 맛에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더해지며 풍미를 돋운다. 젓가락으로 배 부위를 발겨서 내장도 맛본다. 기분 좋은 쌉쌀함과 구수함이 중독적이다. 꼬리는 바삭바삭한 튀김 과자 같고 몸통에 비해 작은 대가리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군평선이는 크기는 작지만,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금풍쉥이는 군평선이의 여수말로 특히 여수 사람에게는 통영 사람이 볼락을 대하듯 가장 사랑받고 귀한 생선이다. 금풍쉥이로 불릴 때 살갑고 구수한 사투리의 말맛이 더해지며 아늑한 고향의 맛이 더 그윽해진다. 금풍쉥이로 불릴때 진정한 여수인의 소울푸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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