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수록 자꾸 당기는 맛"
순천 아랫장 구경을 하다가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가게에서 괴기스러운 머리를 가진 건어물을 만났다. 여쭤보니 대갱이라고 한다. 망치로 두드려 조금 연해지면 포를 뜯어 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맛나다고 한다. 잘 잡히지도 않아 귀하기도 하고 손질도 번거로워서 일반 식당에선 보기 힘들다고 한다. 두들겨 놓은 게 없어 사질 못했다가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았다. 마침 망치로 두들겨 놓은 게 있어서 20마리 만원에 샀다.
좌측 끈에 묶은 게 망치로 두드린 대갱이고 우측은 손질 전 꼬챙이에 끼운 건조 대갱이다. 거무튀튀하다. 개소겡이 표준어고 대갱이는 순천, 벌교 쪽 사투리다. 망둑엇과 생선이다. 머리 모양이 기괴하다. 에일리언의 괴생물이나 스타크래프트 저그 종족처럼 생긴 외형이다.
전자레인지에 대갱이를 타지 않도록 돌린 후 머리는 통째로 넣고 몸통은 포를 뜯어 고추장에 무쳤다. 대갱이 맛을 본다. 머리는 약간의 씹힘이 있지만 바삭하다. 매곰하고 고소한 고추장 양념이 묻은 속살은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난다. 씹을수록 감칠맛도 풍부해진다.
표준어인 '개소갱이'라 부르는 겉 맛이 아닌 순천 사투리로 '대갱이'라 불리는 속 맛이다. 먹을수록 자꾸 당기는 그리워질 맛이다. 전라도 말로 '게미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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