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네

분류 전체보기 64

노련한 손맛은 게미지다!

"연탄불향 입은 노련한 손맛" 배진강은 강진 병영 오일시장 안에서 키 크고 곰살스러운 할머님이 운영하는 돼지 불고깃집이다. 장날에 상관없이 매일 문을 연다. 오일장날은 사람들이 붐벼 돼지불고기는 하지 않으며 백반만 판매한다. 점심땐 인근 직장 분들이 식사를 하고 한가한 시간엔 어르신들이 들려 밑반찬에 간단히 술 한잔 하시는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도 하는 곳이다. 화력 좋은 연탄불에 주인 할머님이 양념에 재워 숙성한 돼지불고기를 석쇠에 올려 굽는다. 타지 않게 번갈아 가시며 노련하게 굽는다. 노련한 손맛은 남도 게미진 맛의 시작이다. 돼지불고기를 주문하면 밑반찬이 먼저 깔린다. 토하젓, 멸치젓, 바지락 젓, 묵은 총각김치 등 수수한 시골의 맛들이다. 밑반찬 하나하나 간도 알맞은게 허투루 내는 찬이 없다. ..

맛/전라남도 2023.03.30

음식은 추억이란 이름의 음악!

"음식은 추억이란 이름의 음식"천연기념물 밀양 만어산 만어사 암괴류 답사 후 버스를 기다리다 우연히 들렸다. 우곡마을 삼거리에 있는 비닐하우스 집이다. 근처 일하시는 인부분들 식사도 하고 알음알음 찾는 단골분들이 많은 국숫집이라고 한다. 멸치국수와 재첩국, 재첩국수 등을 판매한다. 술과 밥은 판매하지 않는다. 재첩국은 여행하며 먹은 경험이 있어 재첩국수를 주문한다. 깔끔한 재첩국수에 시큼한 묵은 김치를 밑반찬으로 내준다. 구운 소금, 깨.쪽파 등을 넣은 짭짤한 간장양념으로 기호에 맞게 간을 맞춰 먹는다. 재첩국수는 투박한 검은 그릇에 하양, 파랑, 노랑이 다소곳이 담겨 있고, 묵은지는 하얀 그릇 위에서 여릿한 푸름을 간직하며 시간이 새긴 빨강을 뽐낸다. 간장양념은 둥그런 작은 종지에 검정을 바탕으로 파랑..

맛/경상북도 2023.03.29

요술 아니 과학의 맛!

"겉과 속이 다른 맛" 청주 분식집에서 맛본 아이스크림 튀김이다. 붕어빵과 유사한 반죽 안에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다. 일반 튀김보다 높은 온도에서 튀긴다고 한다. 살짝 노릇하게 튀겨낸다. 바삭한 튀김옷 안에 차가운 바닐라향의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다.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은 건 튀김옷이 만든 공기가 아이스크림을 지켜주는 요술을 부렸기 때문이다. 아니 아이스크림과 튀김옷 사이에서 열의 이동 현상을 막은 기체층이 만든 과학의 맛이다.  반대의 맛이 어우러져 별미 먹거리가 만들어졌다. 한입 베어 문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뜨거우면서도 시원하고,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겉과 속이 다른 맛이다.  맛은 요술이 아니고 과학이다.

맛/충청북도 2023.03.28

생사를 오간 내륙의 곰솔

"생사를 오간 내륙의 곰솔"아래 사진 좌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곰솔로 꼽혔던 천연기념물 전주 삼천동 곰솔의 옛 모습이다. 사진 우측은 천연기념물 전주 삼천동 곰솔의 현재 모습이다. 마치 현대설치미술작품 같다.  전주 삼천동 곰솔은 2001년 택지 개발이익을 노려 나무 밑동 여덟 곳에 독극물을 주입하여 전문가들의 정밀 조사에 의해 사망 진단을 받은 나무였다. 이후 2010년 섞은 중심 줄기를 방부 처리하고 열아홉 개의 가지를 잘라내 가짜 줄기로 대체하는 대형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대형 수술을 받은 반대편 4개의 가지는 지금도 솔방울이 달릴 만큼 잘 자라고 있다.  생사를 오간 곰솔은 인간의 개발과 성장에 경종을 울리며 참담한 흔적을 몸에 간직하고 여전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삼천동 곰솔 답사 ..

멋/전라북도 2023.03.27

수제의 물증은 맛깔스럽다!

청주 사직동 골목 일반 가정집 대문 우측에 공주칼국수라 쓰인 작은 간판이 있다. 푸근한 인상의 할머님이 가정집에서 운영하신다. 단골분들만 알음알음 찿아오는 곳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공주칼국수와는 무관하다.  방안 한켠에 손칼국수 만들때 사용한 도마와 홍두깨가 보인다. 눈으로 보이는 밀가루 흔적 뒤로 할머니의 손길이 겹쳐진다. 수제의 물증은 맛을 보장한다. 아쉽게도 현재는 영업하지 않는다."부족함이 없는 수수한 밥상"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은 반죽을 썰어 맹물에 끓인 칼국수만 판매한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국물에 말아 먹게 내준 공깃밥, 조선간장에 쪽파, 청양고추를 넣은 칼칼하고 깊은 짠맛의 양념간장, 단맛 적은 짭짤하고 매콤한 고추장, 아삭한 식감과 시원하고 시큼한 맛의 잘 익은 열무김치, 자극적이지 않게..

맛/충청북도 2023.03.24

서민의 시름을 달래주다, 태평추

"시름이 쑥 내려간다"봄비가 추적추척 내린다. 세상은 시끄럽고  서민들의 삶은 시름만 늘어난다. 태평추에 막걸리 한잔 기울인 추억이 떠오른다.예천 동성분식은  30여년 전통의 태평추전문 노포다. 주인 할머님이 혼자 운영하신다. 막걸리와 태평추를 주문하면 꽃 그림이 그려진 쟁반에 자박하게 끓인 태평추, 열무김치, 얼얼하고 칼칼한 삭힌 고추지, 꼬독꼬독 씹히는 무말랭이 등을 담아 내준다.노란 양은 냄비에 담긴 태평추에 막걸리 한잔 걸친다.사르르 녹는 보들보들한 메밀묵, 아삭하게 씹히는 시금한 묵은 김치, 고소한 돼지고기가 한데 어우러진다.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입안을 감친다. 태평성대다. 막걸리 한잔 더 들이켠다. 시름이 쑥 내려간다.이름이 어떻든, 유래가 어떻든지 알 바 아니다. 서민들 태평성대의 꿈은 ..

맛/경상북도 2023.03.23

믿음과 게미진 맛의 흔적

"신뢰와 게미진 맛의 기록"목포 백반 노포 돌집의 거래장이다.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식사 비용과 날짜, 연락처, 이름 등을 적어둔 외상 장부일 거다. 식당 주인은 음식을 팔아 줘 고맙고, 손님은 돈을 나중에 받아주니 서로 고맙다. 신뢰와 믿음을 담은 치부책(置簿冊)이며, 게미지고 풍성하게 차린 백반을 먹은 후 흔적을 남기는 기록장이기도 하다.

맛/전라남도 2023.03.22

풍미의 꽃이 피었다, 미나리꽝 미나리

"미나리꽝 미나리"울산 언양읍성 서문 냇가 옆 미나리꽝이 있다. 할머님이 냇가에서 미나리를 손질하고 계셨다. 미나리꽝 농사는 아들이 지으며 손질은 할머님이 하신다. 맑은 냇물이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흐른다고 한다. 손질된 미나리를 2천 원어치 샀다. 줄기 밑 붉은색 나는 게 좀 더 단맛이 난다고 할머님은 말씀하셨다."풍미의 꽃이 핀 미나리"언양 알프스시장 식당에서 미나리꽝 미나리와 소갈빗살을 함께 먹었다. 소고기 맛은 즉흥적이고 자극적었고, 미나리 맛은 그윽하고 수수했다. 갈빗살의 고소한 기름 맛이 스며들며 미나리는 향긋함은 덜해졌지만, 연해지고 달금해졌다. 봉오리 핀 미나리에 풍미의 꽃이 활짝 피었다.

맛/울산 2023.03.21

살포시 쟁여둔 왕대포!

"왕대포 한잔에 담긴 정겨움"노포(老鋪)의 간판엔 세월의 더께를 간직한다. 간판이 낡거나 없는 곳도 있다. 그래도 알음알음 찾아온다. 그게 노포다. 진안 전북은행 진안지점 옆 골목에 연세 많으신 할머님이 운영하시는 대폿집이 있었다. 대폿집 문엔 메뉴만 쓰여 있을 뿐 골목 입구에 있는 낡은 간판이 이곳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대폿집 가는 골목 낡은 간판엔 ‘왕대포 직매집’이라 쓰여 있었다. 예전 대폿집 뒤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직접 받아 썼기 때문이란 주인 할머님의 말씀이었다 현재 대폿집은 사라졌다. 옛 목욕탕 타일이 깔린 식탁에서 먹었던 왕대포 한잔은 간판과 함께 사라졌지만, 주인 할머니와 단골손님들의 정겨운 모습은 잊히지 않게 살포시 쟁여두었다.

맛/전라북도 2023.03.20

악마의 맛을 보다!

"악마의 맛, 쑤기미탕" 통영 진미식당은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쑤기미탕 노포이다.  쑤기미탕은 맹물에 얇게 썬 무, 쑤기미, 아삭하게 씹히는 썬 양파, 부추, 쪽파등을 넣어 끓이다 고춧가루로 색깔을 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생선의 비릿함과 잡내 없는 국물은 후련하고 깔끔하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몸통살과 쫀득한 밥통(위), 톡톡 씹히는 고소한 알, 녹진한 풍미의 간, 미끄덩한 껍질과 지느러미등 크진 않지만 쑤기미 한마리에서 다양한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큰 생아귀의 풍미에 뒤지지 않는다. 쑤기미의 영명인 'devil stinger'는 쏘는 악마라는 뜻이다. 주인 할머니의 연륜이 악마를 요리했다. 할머니의 손맛이 '악마의 맛'을 보듬었다.

맛/경상남도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