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추억이란 이름의 음식"
천연기념물 밀양 만어산 만어사 암괴류 답사 후 버스를 기다리다 우연히 들렸다. 우곡마을 삼거리에 있는 비닐하우스 집이다. 근처 일하시는 인부분들 식사도 하고 알음알음 찾는 단골분들이 많은 국숫집이라고 한다. 멸치국수와 재첩국, 재첩국수 등을 판매한다. 술과 밥은 판매하지 않는다.
재첩국은 여행하며 먹은 경험이 있어 재첩국수를 주문한다. 깔끔한 재첩국수에 시큼한 묵은 김치를 밑반찬으로 내준다. 구운 소금, 깨.쪽파 등을 넣은 짭짤한 간장양념으로 기호에 맞게 간을 맞춰 먹는다.
재첩국수는 투박한 검은 그릇에 하양, 파랑, 노랑이 다소곳이 담겨 있고, 묵은지는 하얀 그릇 위에서 여릿한 푸름을 간직하며 시간이 새긴 빨강을 뽐낸다. 간장양념은 둥그런 작은 종지에 검정을 바탕으로 파랑과 노랑을 보탠다. 구운 소금은 순백을 잃는 대신 맛깔스러움을 얻었다. 담음새에 눈길을 사로잡혀 혀와 뇌는 잠시 머뭇거린다.
망설임을 깬 건 내장이었다. 보얀 국물을 무의식의 기억에서 들춰낸 것이다.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고 쭉 들이킨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 국물은 추억과 경험을 되살려 준다. 쌉싸래한 첫맛에 깔끔하고 시원한 뒷맛.
국물에 딸려 오다 입에서 붙잡힌 재첩은 보들보들 씹히며 자그마하지만 특유의 맛을 뿜어내며 주인공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알맞게 삶아진 구포국수는 부드러움과 졸깃한 두 가지의 얼굴로 먹는 이를 기껍게 해주고, 생부추와 청양고추는 아릿함과 칼칼함으로 깨는 고소함으로 맛의 변주를 준다. 담백한 음악에 묵은김치는 시큼하고 아삭함으로 양념간장은 깊은 짠맛으로 리듬을 더한다.
그렇게 음식은 몸 구석구석에 리드미컬하게 추억이란 이름의 음악으로 아로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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