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네

바롱이네 34

수제의 물증은 맛깔스럽다!

청주 사직동 골목 일반 가정집 대문 우측에 공주칼국수라 쓰인 작은 간판이 있다. 푸근한 인상의 할머님이 가정집에서 운영하신다. 단골분들만 알음알음 찿아오는 곳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공주칼국수와는 무관하다.  방안 한켠에 손칼국수 만들때 사용한 도마와 홍두깨가 보인다. 눈으로 보이는 밀가루 흔적 뒤로 할머니의 손길이 겹쳐진다. 수제의 물증은 맛을 보장한다. 아쉽게도 현재는 영업하지 않는다."부족함이 없는 수수한 밥상"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은 반죽을 썰어 맹물에 끓인 칼국수만 판매한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국물에 말아 먹게 내준 공깃밥, 조선간장에 쪽파, 청양고추를 넣은 칼칼하고 깊은 짠맛의 양념간장, 단맛 적은 짭짤하고 매콤한 고추장, 아삭한 식감과 시원하고 시큼한 맛의 잘 익은 열무김치, 자극적이지 않게..

맛/충청북도 2023.03.24

강릉 오죽헌 율곡매의 부활을 꿈꾸며!

"신사임당과 율곡의 숨결"강릉 오족헌 율곡매는 2017년부터 갑자기 수세가 약해지기 시작하여 2021년 사실상 고사판정을 받으며 천연기념물 해제 위기도 있었다.잔존수명을 늘려 가던 율곡매에 연분홍 꽃이 피웠다는 2022년 3월 29일 뉴스 기사를 보고 2022년 4월 6일 오죽헌을 찿았다.  연분홍 꽃들은 이미 다 져버렸다. 땅에 떨어진 꽃잎을 보다가 고개를 올려 자세히 살펴보니 어린 가지에도 한두개 정도의 꽃이 보였다. 죽은 굵은 가지에서 자란 잔가지에서 꽃을 피운 흔적과 연녹색 잎들이 600년 이상을 피고 진 노거수의 강인함과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하였다.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 "율곡매는 생육환경 개선과 뿌리치료 등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율곡매 인근 매화나무가 유전자 분석 결과 친..

멋/강원도 2023.03.17

이유있는 꿀조합

"이유있는 꿀조합"광명식당은 영천 블루캐슬모텔 건너 대로변에 있는 중국집이다. 시아버지 청년 시절부터 개업하셔 50여년이 넘었다. 가스 불 대신 현재도 연탄불을 고집하신다.  간짜장을 주문하고 주위를 보니 현지분들이 주문한 음식 옆에 밥공기가 하나씩 보인다. 막걸리가 담겨 있는 잔술이다. 호기심에 따라 주문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즉석 간짜장을 한 젓가락 후루룩 먹고, 크고 깊은 고봉 속에 담긴 시원한 막걸리를 들이켠다. 검은 짜장면과 하얀 막걸리의 색감은 대조적이지만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단골분들이 먹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이유있는 꿀조합이다.

맛/경상북도 2023.03.13

행복은 비싸지 않다?

대전역 부근 역전시장 안엔 노부부가 운영하셨던 선짓국집이 있었다.천 원 선지국밥과 선지국수에 왕대포 한잔 할 수 있던 곳이었다.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선짓국 담으시던 주인 할아버지 뒷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때론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식당을 기억하곤 한다."행복은 비싸지 않다?" 검붉은 선짓국에 하얀 소면이 다소곳이 웅크린 선지국수에 빠알간 깍두기가 더해진다. 둘이 합해 천 원이다. 스테인리스 국그릇엔 뽀얀 국수보단 흐릿한 하얀빛 막걸리가 가득 담긴다. 왕대포 한잔이다. 천 원이다. 휘휘 저은 새끼손가락을 빨아먹은 후 엄지 손가락을 푹 담가 왕대포를 들이켠다. 세 개의 음식은 안주도 되고 밥도 되고 반찬도 된다. 이천 원에 혀와 뇌와 내장이 모두 기껍다. 행복은 비싸지 않다?

맛/대전 202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