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시내를 벗어나 주문진항으로 간다. 자연산 회를 판매하는 어민수산시장에 들른다. 백경호 남 사장님이 오랜만이라며 환한 얼굴로 맞아 주신다.
"주문진 오징어를 맛보다!"
제법 씨알 굵은 산오징어 두 마리를 썰어서 몇 번 갔었던 부근 초장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얼굴 알아보시는 연세 계신 여사장님께 인사를 드린다.
오징어회 사 왔다고 하니 썬 양파와 상추, 초고추장을 내준다.
오징어회를 맛본다. 빨판까지 씹히는 쫄깃한 다리 살과 씹을수록 달큰한 몸통 살이 쫀득쫀득 매끈하게 씹힌다. 신선함이 입안 가득하다. 초장에도 찍어 먹어 본다. 익히 아는 새콤달콤한 초장의 맛에 오징어 맛은 사라진다. 초장은 모든 맛을 없애지만 쉽게 끊기 힘든 양념장이다.
단조로운 느낌이 날 때 시원하고 아린 양파를 곁들여 먹거나 상추에 초고추장과 오징어회를 듬뿍 얹어 쌈도 싸 먹는다.
해장용으로 라면을 주문한다. 여사장님이 달걀을 넣을까 물어보신다. 넣지 않는다.
김이 올라오는 라면이 상에 오른다. 먼저 라면 국물 맛을 본다. 익히 아는 라면 국물의 따뜻하고 진한 감칠맛이 속을 환하게 한다. 숟가락질 몇 번 더해 속을 다스린 후 오징어회를 넣고 국물 한 번 더 먹는다. 산오징어의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이 더해지며 감칠맛이 중화된다.
손은 제 몫 다한 숟가락은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젓가락으로 바꿔 잡는다. 크게 면과 오징어살을 집어 들고 후후 불어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졸깃한 라면 면발 사이로 부위와 상관없이 보들보들해진 오징어 살이 함께 씹힌다. 특유의 풍미는 줄었지만, 미끄덩한 질감은 사라지고 연한 식감이 라면 면과 잘 어우러진다.
라면과 함께 내준 김치도 곁들여 먹는다. 아삭하고 시금한 맛이 더해진다. 김치맛은 배신하지 않는다. 오징어회와 싸 먹어도 그만이다.
동해가 키운 제철 오징어 맛을 내장에 오롯이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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