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어르신 봄 문안 인사"
청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두 그루가 있다. 청주 공북리 음나무와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이다. 음나무 어르신은 수령 700살이고, 모과나무 어르신은 수령 500살이다.
지난 겨울철에 찾아 뵙고 4월에 봄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다.
모과나무 어르신은 4월 두 차례 찾아뵈었다. 첫 번째 찾았을 때 어르신은 봄을 맞아 산뜻하게 몸치장하셨다. 점박이 무늬 가지마다 연녹색 새순이 돋아나고, 꽃봉오리는 부풀어 오르며 새색시 볼 같은 담홍색 꽃을 수줍게 피우셨다. 일주일 후 다시 찾았을 때 어르신은 수줍게 피우신 꽃들을 땅에 흩뿌려 놓았다. 땅이 연분홍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모과나무 어르신을 찾은 후 음나무 어르신을 뵈러 갔다. 지난 겨울 찾았을 땐 모든 잎을 떨구고 하얀 눈 이불을 덮고 계셨는데, 봄을 맞아 진갈색 몸통과 가지에 연녹색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으셨다. 주위를 돌아보니 풋풋한 잎, 마른 갈색 낙엽, 편평하고 약간 뭉툭한 가시가 나 있는 나뭇가지 등이 보인다. 700살 어르신 세월의 흔적들이다.
두 분 모두 건강하시다. 700살 음나무 할아버님은 싱그런 연녹색 옷을 차렵 입은 멋쟁이 노신사의 모습으로, 500살 모과나무 할머님은 연분홍 립스틱을 바른 수수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 주셨다. 오래오래 사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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